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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저기요 오빠....

오늘 짧은 필름처럼 문득 든 생각, 저의 경험담 입니다 ^ ^

때는 2005년 겨울, 제가 군대 제대를 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있었을 적  이야기입니다.

 

 

난 그날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군대 갓 제대한 짧은 머리 23살 볼품없는 솔로였고 군대에서 2년동안 칙칙한 냄새를 맡아서 그랬는지 솔직히 말해 여자친구라는 것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고 그 당시 최고 였던 이효리가 자꾸 나에게 "겟차 겟차 겟차"이러고 있었다.
해질녘 노을이 저멀리 지고있어서 하늘은 이쁘다 못해 여유로워 보였고
그날이 삼한사온 겨울철의 따뜻한 날이였는지 날씨는 선선하기까지 했고 그냥 기분이 엄청 좋았다.

그렇게 신호등에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였다.
"야 니가 말해!!!"
"아니야 니가 말해....."
"아우 나 말못하겠어 나 떨려.... 어떻게 말해"



라며 교복입은 경기여고(고3 정도로 추정)학생 3명이서 나에게 무슨 할말이 있다는 듯이 내 주변을 맴돌며
그렇게 수줍게 망설이고 있었다. 3명의 차림새는 평범해 보이지 않았고 교복 치마를 짧게 줄이고 허리도 줄이고 머리도 이쁘게 묶고 완전 날씬하고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였다. 천진난만하게 깔깔거리던 그 아이들이 그저 무슨짓을 해도 다 이뻐보였다.

(아싸!지저스 크라이슬러!!!!! 아따따뚜겐 화이팅!!!)

이 상큼하다! 못해 천사같은 이 아이들이 내앞에서 무언가를 고백하기 위해서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다니
이런게 바로 길거리에서 헌팅을 당하는거로구나!!! 요즘  고등학생들 당당하고 자기표현에 있어서 적극적이라는데 저 세명중에서 나를 맘에 들어하는 학생이 친구들의 힘을 빌려 용기내어 내 앞에서 고백하는 거로구나!!!!
칙칙하기만 했던 군대에서의 내 삶, 드디어 향수냄새가 나고 우유빛깔 같은 여자친구가 생기는구나.

난 저 세명의 아이들중 한 명과 사귀면 무얼하지? 우선 단둘이 손을 잡고 롯데월드를 가서 놀이기구를 타면서 구슬아이스크림을 먹을꺼야. 그리고 100일이 되면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는 좌물쇠를 사서 남산타워에 채워놓아야지. 혹시나 저 세명중에 두명이상이 날 좋아해서 서로 싸우면 어떻게 하지?? 그럼 누굴 선택해야할까.....ㅋ

그때 난 아마 이런 상상을 하며,
조금더 키가 커보이기 위해 지대가 높은 곳을 향해 까치발을 살짝 들고 있었고 팔짱을 끼며  최대한 여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돌같은 표정을 짓고있었겠지...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웃긴상황이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난 안가고 기다리고 있고 ㅋㅋ
난 계속 그렇게 시치미를 뚝! 떼고  나에게 무슨말이라도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었고
상큼하다 못해 수줍게 망설이던 그 여고생들도 계속 서로 미뤄미뤄가며 나에게 고백??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설레임으로 서로 대치하던 중
한 명이 나머지 두 명에게 떠밀려서 내앞으로 밀려오고야 말았다.!!!!


"저기요......"

난 그때 전혀 몰랐다는 듯이 ㅋ이어폰을 귀에서 떼며 최대한 순수하며 아이돌 틱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을하며

"네??"

"저기요.... 오빠... 저기..."
약간 날라리 같은 귀여운 토끼닮은 분홍색 머리띠를 한 여고생은 그렇게 내 앞에서 수줍음을 발산하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고백하는게 그렇게 쉬운건 아닐꺼야 하지만 너라면 내가 행복하게 해줄수 있고 우린 잘어울리는 한쌍이 될수 있단다. 어여 용기내어 고백해 난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있는 쉬운남자야!)

"아우 나 말 못하겠어.... 아흥..♡ 저기 옵빠...."

"네? 뭔데요 말해보세요"
(고백해 어여 너의 속마음을 말하란 말이야)







"네에... 저기 옵빠! 죄송한데 담배좀 사다주세요...... 던힐 1mm로요....."

"네???????????"
그리고 강제로 나에게 3천원을 쥐어주었다.

"옵빠... 그리고 거스름돈은 가지셔도 돼요...."
"옵빠... 그리고 거스름돈은 가지셔도 돼요...."
"옵빠... 그리고 거스름돈은 가지셔도 돼요...."





아놔 이런 젠장............ 
기대심이 너무 컸기에ㅜ.ㅜ 너무 설레였기에 ㅠ,ㅡ
난 그때 아무대꾸도 못하고 마치 실연당한 찌질이 복학생처럼  터벅터벅 신호등을 건넜다.

그러자 그 날라리 ㅠ 여고생들은 날 쫓아오며
"오빠 사주세요 어려운거 아니잖아.... 거스름돈도 주잖아요...  네????"







난 실연??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고. 그때 상황을 지금 생각해보면  COOL!! 하지 못한 나에게 후회가 들었던 것 같다 ㅋㅋ
내가 끊으라고 훈계해봤자 안끊을텐데.. 그냥 사주고 대치동의 어두운 뒷골목에서 그 여고생들과 맞담배를 피며 하늘로 올라가는 담배연기속에서 나에게 설레임을 준
분홍색 머리띠 토끼여고생의 연락처라도 받을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지금 6년이 지난 지금쯤...오빠였던 난 이제 하루라도 면도를 안하면 큰일나는 삼촌이 되었고
나에게 다시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따끔하게 훈계를 할까?  아니면 그냥 COOL하게 사다 줄까? ㅋㅋ
또 아니면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흰우유를 사서 "담배피면 뼈 삯는다"라고 말을할까??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인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