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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저는 패스해주세요!

제가 21살 군입대 바로 전
아는 형님께서 운영하시던 편의점에서 알바했을때 이야기입니다.


 


워낙 친분이 있던 형님이여서 저보고 새벽시간에 혼자서 그냥 놀면서 일하라고 했답니다!
덕분에 먹을것도 마음대로 먹으라고 해서 그 소문을 듣고 친구들이 점점 많이 놀러와
어느새 아지트 형식이 되어버렸지요~ 
근데 제가 책임감이 좀 있는 편이긴 한가봐요. 매장 정리도 깔끔하게 해놓고 애정을 가지고
성실히 일했던 것 같아요.






이제 전 내년이면 30살이 되서 하루라도 면도를 안하면 큰일이 나버리는 아저씨지만
그 당시 21살때는 피부도 뽀송뽀송하고  좀 귀엽다는 말을 들었다는.....(아 죄송해요 ㅋㅋ)
그렇게 친해진 주변 손님들도 많고 특히 편의점 바로앞에 있던 떡볶이 파는 아저씨와 많이 친해져서
삼각김밥과 바꿔먹고 했었지요..
그렇게 전 군입대 전  그 곳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었고 입대할 d-day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두둥...!!
새벽 3시쯤인가 어떤 손님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어요.
전 그분을  처음 보았을때 심상치가 않다고 생각을 했지요.
머리스타일은 "겨울연가"에 나오는 배용준머리였고 새빨간 뿔테안경에
코는 성형한 것처럼 오똑했어요.
몸은 못먹어서 말랐다기보다는 그냥 많이 먹어도 안찌는 체질아시죠? 그래보였고
검은 가죽자켓에 검은 빽바지를 입고 뾰족구두를 신고
귀에는 귀걸이를 주렁주렁 모습이였지요.
그냥 예술하는 사람?정도로 보였고 그 당시 아무것도 몰랐던 21살이였기에
그분의 사상을 눈치 채거나 알순 없었지요.


"엄훠..! 이 오빠 디게 귀엽게 생겼네? 이름이 머야? 몇살?"

이렇게 첫 마디를 한후로  
그 예술하실 것 같은 양반은 매일매일 새벽3시만 되면 어김없이 제가 일하는 편의점을 찾아왔어요.



"오빤 몇살이야? 애인있어?"
"25살이요(나이 어리다고 하면 우습게 볼까봐 4살이나 높혔지요)
"진짜 어쩜 내 스타일로 이렇게 생겼어?... 쉬는날에는 머해?"

그 예술가는 이런식들의 대화들을 새벽3시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이야기하곤 했고
더하면 더했지 전혀 멈추질 않고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갔어요.

전 그때 느꼈어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게이!!! 남자를 사랑하는 호모로구나!!!!!!!

나이는 족히 40살은 훌쩍 넘어보이는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했던, 뾰족 구두를 신은 게이는 그후로도
몇 일을 더 찾아오곤 했는데...

어떤날은 양손 가득 홍삼 원액을 가져와선.
"이거 먹고 힘내 건강이 최고야"
다른날은 선물이라며 파란색 후드티를 사가지고 와서 저에게 입어보라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드랬죠 ...

인간대 인간으로써 너무 고마웠지만...
21살의 저로서는 너무 무서웠답니다 ㅡㅡ;
그 40살이 넘은 게이분은
나만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나와 그런 짓거리를 하겠다는 의지와 표정을 보였고
여자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저로썬 그런 행동들이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었어요.
(만약 지금 나이에 누가 저한테 그러면 담배한대 피면서 "남자 새끼가 그러지마라~"라고 남자 답게 이야기했을텐데  전 그때 너무 어렸죠 ㅜ.ㅠ)



그 게이님의 직업은 유명한 여자그룹 매니져였어요.(샤크x)
그 멤버들을 역삼동 숙소에 데려다가 주고 매일매일 저한테 놀러오는거였습니다.

10일정도 그렇게 매일 놀러오다가
어떤 날은 저를 글쎄
급기야 "도련님"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도련님 우리 영화보러 가요
도련님 우리집 놀러오세요 도련님...
그렇게 죽치고 제 옆에 앉아서 조선시대 아낙처럼 "도련님" 도련님"을 부르는데
그후로 저는 그 게이분을 쌀쌀맞게 대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원래 상대방이 쌀쌀맞게 대하면 더 집착하게 되잖아요.

그 후로 그 게이님의 집착은 더 심해져서 제 전화기를 강제로 뺏더니..
제가 친구들과 보낸 문자 메세지도 확인하고
"이새끼는 누구야??? 도련님 나말고 따른 놈팽이랑 문자질해??"
라며 신경질 적인 여우마냥 마구마구 질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런 행동들을 다른 손님들이 보니 저도 게이라고 생각할까봐 그게 제일 싫었어요 ㅋ
아 정말 생각하면 .......

그렇게 저의 군입대 d-day를 일주일 남기고 제가 그 게이님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저 21살인데 전 이렇게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이 절대 아니에요. 생각해본적도 없고 전 여자를 무척이나 좋아해요. 그러니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지도 말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주세요 솔직히 이런 이야기 까지는 안하려구 했는데 솔직히 좀 징그러워요..... 아 그리고 저 일주일 후에 저 군대가요..."

전 그때 그 게이분의 표정을 잊지를 못하겠어요.
너무 실망하고 마치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차인 17살 남자아이의 표정이였거든요.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며 편의점을 뛰쳐나간 그 게이분은 그 다음날 다다음날에도 볼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전 다시 일상? 을 되찾고 군입대를 D-2일 남기고 마지막으로 알바를 정리하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한달 남짓 일했던 곳인데 어느덧 정이 들었드라구요.
그날 겨울 비가 주룩주룩 조금씩 내렸던걸로 기억하는데..

-으으윽-!!
그 게이님께서 술에 잔뜩 취해서 만신창이가 되어서 편의점 안으로 비틀비틀 거리면서 들어왔어요.

"도련님!! 제발 군대 가지 마!!! 나 버리고 군대가지마!! 몇개월만 미뤄줘 나 아무것도 못하겠어..!"
라고 했던걸로 기억이 나요


제가 뒷걸음질 치면서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해도 눈이 풀린 채로 저한테 울면서 다가와서
전 그대로 편의점을 나와서 도망치기 시작햇어요.
게이님은 계속 쫓아오고 전 그대로 택시를 타고 도망갔고 ㅜ.ㅡ
뒷유리로 본
길거리에 주저 앉아서 비를 맞으며  울고 있는 게이님의 모습이 저의 마지막 기억이였습니다.


그 후로 8년이 지나버렸네요.
그 게이님은 이제 환갑을 10년 앞둔  쉰살 가까이 되었겠고. 문득 어디서 뭐하고 지낼까...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
누군가 그런 표정으로 절 좋아한다고 고백한 기억이 없거든요.

만약 살면서 다시 한번 마주칠 기회가 온다면.
남자 답게 소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저는  절대절대절대로 패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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